필 헬무스(Phil Hellmuth)는 자신의 62번째 생일에 브레이슬릿 하나를 눈앞에서 놓쳤다. 2026 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WSOP) 이벤트 #99 헤즈업에서 무너진 그날로부터 한 달여, 그는 은퇴를 말하는 대신 목표 숫자를 7개 더 올려 잡았다. 17개에서 멈춘 남자가 24개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벤트 #99, 마지막 두 명까지 갔던 여름
2026 WSOP 이벤트 #99는 5,000달러 바이인 8핸디드 노리밋 홀덤이었다. 735엔트리가 모인 필드에서 헬무스는 최후의 2인까지 올라갔고, 트로피는 다렌 라비노위츠(Darren Rabinowitz)가 가져갔다. 우승 상금 69만 5,256달러, 헬무스의 준우승 상금은 46만 4,286달러였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노린 것은 18번째 브레이슬릿, 즉 자신이 이미 보유한 역대 최다 기록을 스스로 한 칸 더 밀어 올리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승부가 끝난 날짜는 7월 16일, 헬무스가 62세가 된 날이었다.
왜 이 준우승이 특별했나
헬무스의 마지막 브레이슬릿은 2023년 7월, 1만 달러 노리밋 홀덤 슈퍼 터보 바운티 우승이다. 그 사이 파이널테이블은 여러 번 밟았지만 마지막 한 계단을 넘지 못했다. 헤즈업까지 갔다가 진 이번 결과는 “아직 된다”와 “이제 안 된다”를 동시에 증명하는 애매한 성적이었고, 업계의 해석도 그 지점에서 갈렸다.
“24개를 딴다”…헬무스가 꺼낸 숫자
인터뷰에서 헬무스는 24개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현재 17개이므로 앞으로 7개를 더 따겠다는 뜻이다.
숫자를 뜯어보면 강도가 드러난다. 헬무스가 브레이슬릿 17개를 모으는 데 걸린 시간은 1989년 메인이벤트 우승부터 2023년까지 34년이다. 산술적으로 2년에 하나 남짓이었다. 그런데 그는 앞으로 4~5년간 사업보다 포커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언급한 그 기간 안에 7개를 채우려면, 전성기보다 세 배 빠른 속도가 필요하다.
24라는 숫자가 나온 배경
헬무스가 24를 고른 이유를 인터뷰에서 직접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가 오랫동안 언급해온 목표치가 20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발언은 상향 조정에 해당한다. 브레이슬릿을 놓친 직후 목표를 낮추는 대신 올려 잡은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 숫자가 경쟁자를 의식한 결과라는 점이다. 2위 필 아이비(Phil Ivey)가 11개, 공동 6위권이 9개다. 24개는 어떤 추격자가 앞으로 10년간 최고 페이스를 유지해도 따라잡기 어려운 구간이다. 헬무스가 말한 것은 기록 갱신이 아니라 기록의 봉인에 가깝다.
스케줄을 다시 쓴다는 말의 실제 의미
헬무스가 내놓은 해법은 훈련량이 아니라 종목 선택이었다. 그는 WSOP 스케줄을 다시 짜야 한다며, 노리밋 홀덤 이벤트를 늘리고 팟리밋 오마하(PLO) 비중을 함께 키우겠다고 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두 종목이 실력이 개입할 여지가 가장 크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의 헬무스와 다른 접근이다. 그는 스터드와 로우볼 계열 믹스드 게임에서도 브레이슬릿을 다수 확보해온 선수다. 다만 가장 최근 우승인 2023년 이벤트가 노리밋 홀덤이었다는 점은 그의 판단에 힘을 싣는다. 그 넓은 스펙트럼을 좁혀 승률 높은 종목에 자원을 몰겠다는 선언은, 남은 시간이 유한하다는 계산이 깔린 선택이다.
실력 개입 여지가 크다는 판단의 근거
헬무스가 말한 “실력”은 포스트플랍 국면의 길이를 뜻한다. 노리밋 홀덤과 PLO는 스트릿마다 베팅 사이즈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리밋 종목보다 기량 차가 누적될 구간이 훨씬 길다. 반대로 필드가 크고 스택이 얕아지는 저바이인 이벤트는 그 구간이 짧아진다. 결국 헬무스의 전략은 “종목 압축 + 딥스택 구조 선호”로 요약된다.
숀 딥의 저격과 좁혀진 격차
헬무스는 이번 인터뷰에서 숀 딥(Shaun Deeb)을 직접 겨냥했다. 딥이 자신은 브레이슬릿을 다시는 못 딴다고 말한 것이 답답하다고 했고, 그런 비판이 오히려 연료가 된다고 덧붙였다.
딥의 발언에는 근거가 있다. 그는 2026 WSOP에서 1,500달러 8게임 믹스드 이벤트를 우승하며 통산 9개를 채웠다. 여름 내내 준우승만 세 차례 기록한 끝에 나온 결과였다.
| 순위 | 선수 | 브레이슬릿 | 현재 상황 |
|---|---|---|---|
| 1 | 필 헬무스 | 17 | 2023년 이후 무관, 24개 선언 |
| 2 | 필 아이비 | 11 | 하이롤러 중심 선별 출전 |
| 공동 3 | 도일 브런슨 | 10 | 기록 고정 |
| 공동 3 | 자니 챈 | 10 | 기록 고정 |
| 공동 3 | 에릭 사이델 | 10 | 현역 |
| 공동 6 | 숀 딥 | 9 | 2026년 1개 추가 |
| 공동 6 | 베니 글레이저 | 9 | 믹스드 게임 강세 |
| 공동 6 | 마이클 미즈라치 | 9 | 2026년 PLO 우승 |
| 공동 10 | 다니엘 네그라뉴 | 8 | 2026년 무관 |
헬무스의 17개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다만 2위권과의 격차가 줄고 있다는 사실이 그를 움직였다. 딥과 글레이저, 미즈라치는 모두 헬무스보다 젊고 연간 출전 이벤트 수가 많다.
추격자들이 강한 종목이 다르다
역설적인 것은 헬무스를 추격하는 선수들의 주 종목이다. 딥과 글레이저는 믹스드 게임, 미즈라치는 PLO와 믹스드 계열에서 브레이슬릿을 쌓았다. 헬무스가 노리밋 홀덤과 PLO로 종목을 좁히겠다고 한 것은, 추격자들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필드를 일부 피하고 자신의 승률이 높은 구간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4~5년이라는 시한이 진짜 분기점인 이유
헬무스가 “4~5년”을 못 박은 것은 이 계획에서 가장 무거운 대목이다. 브레이슬릿 사냥은 매년 여름 6주에 집중되는 승부이고, 그 안에서 40~60개 이벤트를 소화하는 것은 60대 선수에게 체력 문제로 직결된다. 종목을 압축하겠다는 결정도 결국 출전 횟수를 늘리기 위한 체력 배분에 가깝다.
변수는 하나 더 있다. 헬무스는 이번 여름 두 아들이 함께 출전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가까워졌다고 말했고, 차남 닉은 메인이벤트에서 인더머니에 진입했다. 사업보다 포커를 택하겠다는 선언은 곧 가족과 같은 무대에 서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ESPN 중계에 대한 아쉬움도 같은 맥락에 있다. 그는 ESPN의 복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진행이 다소 급했고 과거와 같은 서사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헬무스는 커리어 내내 중계 카메라와 함께 성장한 선수다. 24개라는 목표가 성립하려면 성적뿐 아니라 그 성적을 담아줄 무대도 필요하다는 계산이, 이 발언 뒤에 깔려 있다.
결국 헬무스가 던진 숫자는 예측이라기보다 선언에 가깝다. 다만 종목 압축과 출전 집중이라는 방법론은 구체적이고, 무엇보다 검증 가능하다. 2027년 여름 그가 어떤 이벤트에 이름을 올리는지가 이 선언의 첫 채점표가 된다.
확인해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실제로 노리밋 홀덤과 PLO 이벤트 비중이 늘어나는가. 둘째, 연간 출전 이벤트 수가 이전보다 증가하는가. 셋째, 저바이인 대형 필드 이벤트를 줄이고 필드가 작은 중고액 이벤트로 이동하는가. 세 가지가 모두 확인되면 헬무스의 발언은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계획이었다는 뜻이 된다.
포커 역사에서 60대 이후 브레이슬릿을 추가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 도일 브런슨은 71세이던 2005년 마지막 브레이슬릿을 땄다. 헬무스가 인용하지 않은 이 선례가, 그의 4~5년 계획이 완전히 비현실적이지는 않다는 근거다.
출처 : Pok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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