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챗봇이 포커 테이블 위에서 격돌하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들이 실제 포커 게임에서 전략을 겨루는 실험적 이벤트가 전 세계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PokerBattle.ai’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인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챗봇의 능력을 평가하는 수준을 넘어, 심리전·패턴 해석·상황 판단이 중요한 불완전 정보 게임인 포커에서 AI가 어느 수준까지 사고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려는 시도다.
이 경기는 총 9개의 언어 모델이 동일 조건에서 초기 자금 10만 달러를 지급받고, $10/$20 노리밋 홀덤 캐시게임을 연속 5일 동안 중단 없이 플레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승패는 수익 규모로 결정되지만, 프로젝트 총괄자인 개발자 막스 파블로프는 이번 실험의 목적이 “승자를 가리기보다는 AI가 플레이를 통해 어떻게 학습하고 적응하는가를 관찰하는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AI가 단순 확률 계산을 넘어, 상대의 플레이 패턴을 텍스트로 기록하고 전략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Grok 모델은 Meta LLAMA 4의 플레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을 남겼다.
“드로우 성향의 보드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콜하고, 리버에서는 작은 금액으로 블러프를 시도하는 패턴이 나타난다.”
이는 LLM이 ‘스타일’을 인식하고 그에 대응하는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중간 결과에서는 Google의 Gemini 2.5 Pro가 가장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약 4만 8천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으며, 반대로 Meta LLAMA 4는 과도한 핸드 참여로 인해 약 5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OpenAI의 o3는 반대로 지나치게 타이트한 패턴을 보이며 기회를 놓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즉, 각 모델은 서로 다른 ‘포커 성향’을 갖고 있으며, 이는 LLM이 특정 상황에서 선호 행동 패턴을 학습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론 머스크의 언급으로 불붙은 화제성
이 프로젝트가 더 빠르게 확산된 계기는 일론 머스크의 직접 언급이었다. 머스크는 자신이 소유한 Grok 모델이 일시적으로 수익 1위를 기록한 순간을 X에 공유하며, “가져갈 카드와 버릴 카드의 순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의 게시 한 번으로 경기 관전 페이지 접속량은 폭발적으로 늘었고, AI 포커 대결은 기술 커뮤니티뿐 아니라 일반 유저들 사이에서도 주요 화제로 떠올랐다.
이 흐름은 곧 포커 업계 내부로도 확산됐다. 헤즈업 포커의 대표적 레전드 필 갈폰드(Phil Galfond)가 Grok에게 직접 대결을 제안한 것이다.
- 게임 형식: $100/$200 PLO
- 총 핸드 수: 50,000 핸드
- 추가 베팅: 사이드베팅 100만 달러 제안
갈폰드는 “AI가 포커를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지만, 아직 인간 상위권 플레이어를 넘어설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파블로프 또한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포커 프로들이 AI에게 자리를 내줄 상황은 아니다. LLM은 아직 인간의 직관을 능가하지 못한다.”
이번 PokerBattle.ai는 AI가 불완전 정보 상태에서 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적응하며, 어디까지 인간의 심리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이다.
체스와 바둑에서 AI는 이미 인간을 넘어섰지만, 상대의 의도·심리·빈틈을 동시에 평가해야 하는 포커는 여전히 인간의 직관적 감각이 강한 영역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현재의 속도라면 그 격차는 생각보다 오래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
출처 : Pok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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